후회와 자책으로 머릿 속이 가득하다.
'그 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조금 더 침착했으면 좋았을텐데.'
못나보였던 일주일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고통을 겪고 있다.
약 일주일 전 나는 친척 형의 결혼식장에 갔었다.
친척들과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다.
나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축의금 받는 일을 도왔다.
옆에는 모르는 분이지만 식권 나눠주는 일을 도와주시는 형님이 계셨다.
그렇게 정신없이 축의금을 받던 중 친척 큰형이 식권을 받으러 왔다.
큰 형은 식권 세 장이 필요하다고 하였고 식권 나눠주던 분은 아이가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았다.
큰 형은 중3 아들이라고 대답했고 식권 나눠주는 분은 아이 식권이 따로 있다며 설명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성인 식권 3장을 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 땐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흐지부지되며 큰형은 식권 2장만 받아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축의금 받는 일은 끝이 났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식장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다시 큰형을 만났고 아들이 식권 한 장을 못받았다고 했다.
나는 축의금과 식권이 들어있는 가방쪽으로 가서 식권 한 장을 꺼내고는 큰형 아들에게 전달해주러 다시 그 자리로 갔다.
그런데 친적형들 아이들이 모여있었고 누가 큰형의 아들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큰형의 손이 향한 아이에게가서 식권을 주고 당황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등뒤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른 친척형의 아들에게 식권을 주고 온 것이다.
창피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이 나이먹고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렇게 그 날은 기분이 안 좋은 채로 집에 돌아왔다.
일주일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마음이 불편하다.
큰형에게 죄를 지은 것 같아서 괴롭다.
바보처럼 보인 것 같아 부끄럽고 창피하다.
사람들이 모여 내 얘기를 하면서 비웃을까봐 두렵다.
나는 그 때 왜 그렇게 행동을 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있다.
내가 그렇게 실수를 저지르고 큰형의 기분을 상하게 한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에겐 몇 가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나는 결혼식장이 부담스럽고 어렵다.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이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친척 어른들을 만나는 자리가 무겁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친척 형들이지만 내겐 너무 낯선 형들이다.
어렸을 적부터 커오면서 얼굴을 많이 보지도 못했고 같이 놀았던 기억은 전혀 없다.
그래서 왠지 어렵고 낯선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는 잘보이고 싶은 생각이 너무 강한 탓에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다 과도하게 경직된 이유도 있다.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이고 나는 왠지 거기서 빛나는 주인공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알아차려서 경계하는 부분이지만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나는 스스로를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라고 느끼며 살았다.
그러다보니 이 아이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번복하면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생각에 그냥 식권을 주었다.
그렇게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저절로 일어나는 사건은 없다.
낯설고 어려운 자리에서 잘보이려고 과도하게 욕심을 냈기 때문에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나간 일이고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버리고 나도 그저 평범한 사람중 한 명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과거의 일로 너무 마음아파하거나 속상해하지말고 기억에서 보내주자.
다 잊자, 다 잊고 지금의 나에 대해서만 생각하자.
'인생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될 사람은 안될 수 밖에 없고, 잘될 사람은 잘될 수 밖에 없다. (0) | 2023.10.18 |
---|---|
새벽 운동의 중요성을 느끼다. (0) | 2023.10.18 |
매 순간이 실전이었다. (0) | 2023.10.17 |
일만 보고 마음은 보지 못했다. (0) | 2023.10.17 |
감추고 외면하고 싶은 내 모습을 수용하기 (0) | 2023.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