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것이라고 믿었던 회사에서 탈락 메일을 받았다. 무심코 메일함을 열어서 스크롤을 내려보는 데 우연히 본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며 일에 집중하려는데 자꾸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마음은 이미 슬픔에 빠진 것이다. 인생이 바닥을 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개발자로 살아가기란 불가능할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꾹꾹 눈물을 억누르며 일을 하다가 도저히 집중이 안되서 잠깐 회사밖으로 나와 걸었다. 걷다보니 얼마전 읽은 글 제목이 생각났다. '아파하고 낙담하고 실망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그래서 다시 힘을 얻고 회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 길에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친구에게 밥먹자고 연락을 했다. 갑자기 잡은 약속이지..
요즘 이직을 준비하면서 서류를 넣는 족족 탈락하고 있다. 경력만 믿고 안일하게 준비한 것이 원인인것 같다. 탈락 메일을 받으면서 속상함이 쌓인 건지 한바탕 울기도 했다. 좀 울고나면 기분이 괜찮아졌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입사지원할 곳이 밀려있었기에 앉아서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토요일 아침 평소라면 자고 있었을 그 시간에 이력서를 쓰기 위해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렇게 걷고 걷다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놀던 동네에 발이 닿았다. 나는 근처 카페로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멍하니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데 이곳 동네는 어릴 때 그대로다. 그 시절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서 잠시나마 마음은 편안해졌다. 어렸을 적 나는 친구들과 해맑게 웃으며 뛰어놀았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와 앞으로 남은 계약 기간은 8개월이다. 8개월 후에 나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런데 어디로 떠나야할지 깊은 고민이 생겼다. 왜냐하면 나는 회사와는 참 맞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개발자로 다시 취직해서 생계를 이어가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려 했다. 그런데 내가 개발을 좋아했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창조적이고 생각을 발산하며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다 쏟아붓는다는 점에서 개발은 분명 나에게 잘 맞는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는 조직문화가 맞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 이다. 회사가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다 참으면서 다니는 거라고. 분명 나는 그 말도 이해한다. 나 같은 사람이야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나는 조직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심..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르막길, 평지길, 내리막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들은 서로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나오지 않는다. 첫 길은 무조건 오르막길이다. 그렇게 오르막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평지길이나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게 된다. 이 때부터는 숨을 좀 돌리면서 편하게 갈 수 있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짧다. 금새 눈 앞에 오르막길이 다시 나타난다. 내 눈앞의 길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길을 갈 뿐이다. 길을 오르는 동안 온 몸에는 땀이 비오듯 흐른다. 이제 제발 오르막길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바래본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게도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올라서 내리막길을 만나면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다. 내리막길이 금방 끝나면 어쩌나 걱정을 ..
매장에서 배송주문을 했던 텐트가 일주일전에 집에 도착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방 한구석에 계속 세워놓고만 있었다. 이제 다다음날이 해파랑길 출발일이라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텐트를 언박싱 했다. 짜라잔. 노란색이 너무 이쁘고 참 마음에 든다. 이제 설치를 해보아야하는데 생애 처음으로 텐트를 쳐보는 것이다. 소형 텐트이지만 텐트 설치가 처음인 나에게는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 같다. 그런데 텐트를 치다가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좁은 곳에서 텐트를 치다가 폴대를 세게 구부린 탓에 중간 이음새중 한 쪽이 깨졌다 순간 멍해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일단 스카치테이프로 돌돌말아 응급처치는 했다. 이 일이 있고나니 갑자기 모든게 하기 싫어졌다.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우울해졌다. 해파랑길도 산티..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이다. 삶에서 안정감이란 찾기 힘들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생각하기 어렵다. 다른 친구들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잘 사는 것 같다. 그런데 나만 그러지 못하고 혼자 외톨이처럼 있는 것 같다.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 (지금의 상황은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감정은 사방팔방 요동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나와 맞지 않다. 개발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람이 인프라 운영업무를 하려니 매순간 갈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계약서에 서명을 한 것은 나였다. 순간의 판단이 삶을 좌우한다는 교훈을 배우고 있다. 이것도 다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려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9개월만 참자. 산티아고 순례길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퇴근길에 집까지..
어제부터 퇴근길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부터 노들길 나들목을 지나 구암 나들목까지 걸어서 집에 왔다. 퇴근길을 걸어서 가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몸에 활기가 돌고 기분도 상쾌했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보고 밥먹고 나니 8시 반이었다. 9시쯤에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가 10시 좀 넘어서 곯아 떨어진 것 같다. 몸이 고되니까 깊게 푹잤다. 오늘은 신발이랑 바지를 챙겨서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퇴근할 때 바지 갈아입고 신발 갈아신고 또 걸어서 퇴근할 예정이다. 오늘 비가 안와야 할텐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해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체력을 키우고 있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자전거를 타고, 주말에는 낮에 수영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워킹화를 신고 걷기운동을 시작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최장 40km 를 걸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아직 워킹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낮에 오래걸으려면 등산모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는 미루지 않지. 그날 당장 인터넷으로 콜롬비아 등산모자를 주문했고, 다음날 회사에서 퇴근하는 길에 코오롱 스포츠 매장에서 트래킹화를 샀다. 너무 이쁘다. 장비를 구입하고 나서 모아놓고 뿌듯한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매장에서 신발 사이즈가 맞는지 체크하기 위해..
고미숙 고전평론가님의 삶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 영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글로 옮겼습니다. 제가 전국의 강의를 다니다 보면 고등학생이 이런 질문을 해요. 아주 건강하고 밝고 잘생긴 고등학생이 자기는 너무 우울하다는 거예요. 이유가, 꿈이 없다는 거예요. 꿈이 없는게 사실은 동양에서는 도의 극치거든요. 너는 도를 깨달았다. 동의보감에서도 꿈이 없는 잠이 가장 행복하다고 최고의 잠이거든요. 근데 꿈이 없는게 왜 이 밝고 건강한 10대를 이토록 좌절하게 할까. 그러니까 자신의 자의식 안에 꿈이라는 것을 새겨 넣어야만 자기가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이제 20대 청년들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잘 아시겠지만 청년이라기보다 이미 좀비적인 신체가 됐잖아요. 우리가 뭐 서로 알잖아요. 그런..
이전에는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드는 것만이 창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이 어둠으로 막막하기만 한 요즘 한강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알아가는 것 또한 창조라고.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일들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의 입구로 안내해준 과거의 모든 경험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만약 사람에게 상처받고 일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걷기를 통해 나를 일으켜 세우는 법을 영영 몰랐을 것이다. 그나마 젊은 시기에 아픔을 겪었으니 운동으로 해소했지 나이가 더 들었었다면 아마 술로 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경험들은 나에게 돈을 가져다 주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다. 돈을 계속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는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