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큰 소비를 한 번씩 하는 것 같다. 이번 달도 저축은 물건너 갔다. 나도 나의 소비가 과하다는 것은 알지만 주체할 수 없는 소비욕구에 쩔쩔매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습관이 무섭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진짜다. 저축 습관을 들이지 않은 자의 미래는 정말 무섭다. 저축 하지 않은 미래는 공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지금 소비의 노예다. 과거의 소비를 후회하는 소비의 노예라니. 나 스스로에게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이 씁쓸함이란. '그 때 그 옷을 사지 않고 모았더라면 어땠을까' '그 때 그 전자기기를 사지 않고 모았더라면 어땠을까' '그 때 그 비싼 음식을 먹지 않고 모았더라면 어땠을까.' 와 같은 후회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르막길, 평지길, 내리막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들은 서로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나오지 않는다. 첫 길은 무조건 오르막길이다. 그렇게 오르막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평지길이나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게 된다. 이 때부터는 숨을 좀 돌리면서 편하게 갈 수 있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짧다. 금새 눈 앞에 오르막길이 다시 나타난다. 내 눈앞의 길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길을 갈 뿐이다. 길을 오르는 동안 온 몸에는 땀이 비오듯 흐른다. 이제 제발 오르막길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바래본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게도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올라서 내리막길을 만나면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다. 내리막길이 금방 끝나면 어쩌나 걱정을 ..
강릉에서 KTX 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라면을 두 개 끓여먹고 짐을 정리한 후에 씻고 바로 잠들었다.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카페에 와서 현재의 소감을 남겨두려 한다. 가장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준 경험은 해파랑길 36코스의 거친 산행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을 정면돌파했던 경험이고 삶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경험도 했었고 산의 정상에서 산과 하나되는 명상을 했던 경험도 했었다. 이 경험들은 내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고 내 가슴속 안에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변화는 앞으로의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다. 그리고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산에 혼자 오르면서 고군분투했던 생각을 떠올리며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
최근 강박불안과 대인기피를 겪으면서 좀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자주 삶이 위태롭다고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강을 걷고 뛴다. 달리면서 마음에 쌓인 노페물들을 모두 쏟아내기 위해서다. 그렇게 운동으로 마음을 다스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정말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런 걱정없이 씻고 출근할 준비를 했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동료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오늘 해야할 일들에 집중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는 조심스레 퇴근을 알리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동네에 도착해서는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서 집에 왔다. 저녁을 먹으면서 보고 싶었던 TV 프로그램을 보고 9시가 되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한강으로 향한다. 한강에서 걷고 뛰며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낸다. 집으로 와서 샤워후에 파워에이드에 ..
과거의 아픈 기억이 떠올라서 스스로 감당 되지 않을 때. 현재의 문제들이 나를 일시에 덮쳐서 손 끝하나 움직이기 힘들 때. 미래의 불안이 나를 얼어붙게 만들어 마음이 굳어버릴 때. 가볍게 옷을 챙겨입고 나가서 걷자. 걷고 나면 괜찮아진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내가 부숴질 것처럼 여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나약하다고 자책할 수 있다. 강하지 못하다고. 힘든 일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스스로를 무작정 다그치지 말자. 내가 나의 편이 되어주자. 어쩌면 지금 힘들다는 건 그만큼 잘 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여린 존재야말로 정말 살아있는 존재가 아닐까. 불안하고 두렵고 막막함이 느껴진다고 나의 삶을 나쁘게 바라보지는 말자.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이다..
오늘 회사에서 일을 하다 작은 사고를 쳤다. 초보적인 실수였다. 부끄러웠다.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빨갛게 변했다. 쥐구멍에 숨고 싶었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태연하려 애썼다. 그렇게 어찌저찌 시간은 흘러 나는 퇴근을 했다. 화장실로 가서 준비해온 등산화를 신고 츄리닝 바지로 갈아 입은 뒤 걷기 시작했다. 노들길 나들목으로 나와서 한강을 따라 걸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강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바람이 나를 안아주었다. 실수하는 날도 있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난 힘들때면 사람에게서 위로를 얻으려 애썼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위로를 받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따뜻한 바람이 위로를 해줄줄이야. 덕분에 굳어있던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그렇게 ..
과거의 기억을 자꾸 되새김질하는 나 자신에게 지칠 때가 있다. 그 때 이렇게 말할걸, 그때 이렇게 행동할 걸 하면서 후회하고 자책하기 때문이다. 내 안에 살고 있는 감시자는 나를 계속 들들 볶는다. '그 때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거야?' '똑 부러지게 네 의견을 말하란 말야.' '상대방이 한 말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되잖아.' 이런 감시자의 타박은 지금의 내가 과거와 동일한 상황에 놓였을 때 과거와 똑같이 행동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과 두려움을 더욱 부채질한다.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나를 보며 감시자는 더욱 강하게 구박한다. 이 악순환이 내 안에서 계속 소용돌이 치고 있다. 그러다 마음이 너무 지쳤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감시자에게 끌려다니며 언제까지 구박받고 과거에 머..
그리스인 조르바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 유재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P316 근심들이 뿔뿔이 사라지고, 경박한 걱정들은 멀리 도망쳤으며, 영혼은 정산에 우뚝 섰다. 롤라나 갈탄, 공중 케이블, '영원', 사소하거나 심각한 걱정들, 이 모두가 파르스름한 연기가 되어 날아가고, 오직 하나, 강철로 된 새 한 마리, 인간의 영혼만이 남아 노래하고 있었다. P320 촘촘하게 모인 망령들로 가득한 대기와 윙윙거리는 속세의 소음이 감히 도달하지 못하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들. 위대한 고승이 한밤중에 열여덟 살짜리 제자 열여섯 명을 산꼭대기에 있는 얼어붙은 호수로 데리고 가서 옷을 벗게 하고는, 수정 같은 얼음을 깨고 그 옷들을 적신 뒤 그 옷을 다시 입고 체온으로 말리게 한다. 옷이..
평소와 다를바 없던 하루였다. 업무시간은 늘 바쁘고 정신이 없다. 그렇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기분으로 일한다. 퇴근 후 동네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식혜와 삼겹살을 샀다. 마트에서 나오니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늦여름이라 세상은 아직 훤히 밝았다. 덥고 습한 날씨에 한 손에 봉투를 들고 햇빛을 받으며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왠지 모를 행복감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마음을 든든하고 충만하게 채워주는 따뜻한 숨처럼. 어느 영화의 완벽한 배경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이렇게 스스로 되물으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행복하지 오늘'
2021년 12월을 마지막으로 3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2022년 새해가 밝았고 나는 1인창업을 목표로 열심히 달렸다. 예비창업패키지 합격을 목표로 사업계획서도 쓰고 발표준비도 하면서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류 합격의 기쁨도 잠시 면접에서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잠시 방황에 빠졌고 조금 힘들어했다. 이렇게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방향을 찾아보았다. 에비창업패키지를 준비하면서 축적된 지식과 넓게 열린 눈으로 다음 창업 아이템을 결정했다. 싱잉볼 명상앱이었다. 이는 내가 생각한 다음 요건들을 만족하기에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기에 충분했다. 1.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앱이다. 2. 사람들에게 이로운 서비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