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길은 나에게 소중한 것을 알려주었다.
이번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나는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한 번 생각해봤다. 분명 처음 출발했을 때와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나는 달랐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나는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깨달은 걸까. 생각을 정리한 끝에 변화의 중심에는 나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다. 이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내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저 눈 앞에 놓인 목표를 쫓아 하루하루를 살 뿐이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뒷전으로 미뤄두고 목표 성취에만 몰두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왔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해파랑길을 걸었고 길은 나에게 소중한 것을 알려주었다. 누군가가 나를 귀하게 대해주어서가 아니다. 내가 중..
[해파랑길] 해파랑길을 다녀와서
강릉에서 KTX 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라면을 두 개 끓여먹고 짐을 정리한 후에 씻고 바로 잠들었다.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카페에 와서 현재의 소감을 남겨두려 한다. 가장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준 경험은 해파랑길 36코스의 거친 산행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을 정면돌파했던 경험이고 삶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경험도 했었고 산의 정상에서 산과 하나되는 명상을 했던 경험도 했었다. 이 경험들은 내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고 내 가슴속 안에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변화는 앞으로의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다. 그리고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산에 혼자 오르면서 고군분투했던 생각을 떠올리며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
[해파랑길][09.29] 해파랑길 셋째 날
모텔에서 늦잠을 푹 잤다. 8시에 눈이 떠져서 일어났다가 한 시간 정도 더 잤다. 커피를 끓이고 전날 풀어헤쳐놨던 짐들을 주섬주섬 모아 정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선크림까지 다 바르고 10시에 모텔에서 나왔다. 오늘은 해파랑길 37코스를 걷는다. 안인항에서 출발해서 3km 정도 걸었을까. 내 앞에 등산로가 나왔다. 전 날의 트라우마가 갑자기 올라와서 앞으로 나아가도 될 지 염려스러웠지만 이 산은 가파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스틱을 꺼내 산길에 올랐다. 정글을 헤쳐가는 기분이 이런걸까. 대부분의 루트에서 풀과 나무가 정리되지 않아 길을 침범하고 있었다. 스틱으로 쳐내면서 앞으로 나가는데 전 날에 비하면 이정도면 하늘에 감사했다. 그렇게 산길을 끝내고 목이 너무 말라서 주변 편의점을 검색했다. 찾아보니 ..
[해파랑길]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생각의 변화
나는 원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고 했었다. 아니 가야한다고 생각했엇다. 그래서 회사와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맞추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려 했다. 맨 몸으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들도 하나씩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목표이자 삶의 재미였다. 그런데 해파랑길을 걷고 있는 지금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생각들이 바뀌고 있다. 어떤 생각의 흐름을 거쳐 나의 판단이 바뀌게 되었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1. 왜 걸으려 했는가?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왜 걸으려 했을까. 삶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알고 싶었다. 그런데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깨달았다. 걷는다고 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는 알 수 없다. 다양한..
[해파랑길][09.28] 해파랑길 둘째 날
텐트에서 잠을 자는데 추워서 중간에 몇 번 깼다. 11시에 한 번 깼고 새벽 4시에 또 깼다. 새벽 4시에 잠에서 깼을 땐 침낭을 반드시 가져왔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지나가버린 것을 수건을 꺼내서 위아래로 껴넣고 다시 잤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오전 8시였다. 텐트에서 잔 것 치고는 꽤 푹 잤다. 10분 정도 잠깨려고 멍하니 있다가 일어나서 짐정리를 시작했다. 짐정리하는 동안 커피 물을 끓이려고 스토브를 켜고 주전자를 올렸다. 그리곤 다시 짐정리를 시작했다. 짐정리에는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아무래도 혼자 배낭여행을 오다보니 짐이 적었다. 그렇게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떠났다. 길을 가는 중에 바다가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었다. 아침 바다가 제일 이쁜 것 같다...
[해파랑길][09.27] 해파랑길 첫 날
새벽 4시 반에 정확히 일어났다. 몇 시에 일어나야겠다고 신경쓰면서 자면 그 시간에 잘 일어나는 것 같다. 부랴부랴 씻고 옷을 입었다. 못해도 집에서 새벽 5시에는 나가야 한다. 마곡나루역에서 공항철도 첫차가 5시 45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벽 5시에 배낭을 메고 집에서 출발했다. 새벽인데 마치 밤같다. 역으로 가는 길에 계속 시계를 보며 걸음 속도를 조절했다. 그 덕분인지 역에는 딱 맞게 도착했다. 안도감이 들자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한 장 찰칵! 사진을 보니 이제야 정말 실감이 난다. 공항철도 첫 차를 탔다. 열차 칸을 옮겨서 짐을 올려둘 수 있는 구석 선반에 배낭을 올려두고 졸린 눈으로 한 동안 서 있었다. 서울역에는 금방 도착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도착해서 문제였다. 무려..
[해파랑길][09.26] 배낭 짐 싸기
내일이면 해파랑길 출발이다. 원래는 부산 오륙도로 가서 해파랑길 1코스부터 시작하려했으나 같이 일하는 과장님 말을 듣고 코스를 급하게 변경했다. 과장님 본가가 울산인데 그 곳에 공단이 많이 모여있어서 해파랑길 걸을 때 악취가 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위험부담을 안고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어 목적지를 동해역으로 변경했다. 이곳은 해파랑길 33코스로 동해역에서 내려서 동해를 따라 쭉 올라가면 된다. 그렇게 쭉 올라가서 양양 여객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것이 이번 트래킹 경로이다. 이제 짐만 싸면 된다. 그런데 뭐부터 준비해야되지? 갑자기 멘붕이 와서 10분 정도 앉아서 생각했다. 그러다 배낭을 싸기 전에 바닥에 짐들을 하나씩 펼쳐놓으면 한 눈에 짐들이 파악되어 준비가 수월해질 것..
에어로라이트2 텐트 언박싱 그리고 사고방식 객관화
매장에서 배송주문을 했던 텐트가 일주일전에 집에 도착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방 한구석에 계속 세워놓고만 있었다. 이제 다다음날이 해파랑길 출발일이라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텐트를 언박싱 했다. 짜라잔. 노란색이 너무 이쁘고 참 마음에 든다. 이제 설치를 해보아야하는데 생애 처음으로 텐트를 쳐보는 것이다. 소형 텐트이지만 텐트 설치가 처음인 나에게는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 같다. 그런데 텐트를 치다가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좁은 곳에서 텐트를 치다가 폴대를 세게 구부린 탓에 중간 이음새중 한 쪽이 깨졌다 순간 멍해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일단 스카치테이프로 돌돌말아 응급처치는 했다. 이 일이 있고나니 갑자기 모든게 하기 싫어졌다.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우울해졌다. 해파랑길도 산티..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경로 짜기
산티아고 순례길 출국과 귀국 날짜 정하기 유럽 여행에서 비자가 필요한지 찾아보니 쉥겐 조약에 따라서 쉥겐 지역내에서 최대 90일까지는 무비자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프랑스와 스페인은 쉥겐 지역에 포함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90일간 여행하기로 생각을 했었는데 90일을 꽉채우면 공항 출입소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시차를 감안하여 약간의 여유를 두고 88일간의 일정으로 잡았다. 최종적으로 결정한 날짜는 이렇다. 출국 : 인천국제공항 → 2024. 06. 03(월) →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입국 : 파리 샤를 드골 공항 → 2024. 08. 29(목) → 인천국제공항 제 1막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지만 기왕 유럽에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