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와 앞으로 남은 계약 기간은 8개월이다. 8개월 후에 나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런데 어디로 떠나야할지 깊은 고민이 생겼다. 왜냐하면 나는 회사와는 참 맞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개발자로 다시 취직해서 생계를 이어가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려 했다. 그런데 내가 개발을 좋아했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창조적이고 생각을 발산하며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다 쏟아붓는다는 점에서 개발은 분명 나에게 잘 맞는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는 조직문화가 맞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 이다. 회사가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다 참으면서 다니는 거라고. 분명 나는 그 말도 이해한다. 나 같은 사람이야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나는 조직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심..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르막길, 평지길, 내리막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들은 서로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나오지 않는다. 첫 길은 무조건 오르막길이다. 그렇게 오르막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평지길이나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게 된다. 이 때부터는 숨을 좀 돌리면서 편하게 갈 수 있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짧다. 금새 눈 앞에 오르막길이 다시 나타난다. 내 눈앞의 길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길을 갈 뿐이다. 길을 오르는 동안 온 몸에는 땀이 비오듯 흐른다. 이제 제발 오르막길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바래본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게도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올라서 내리막길을 만나면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다. 내리막길이 금방 끝나면 어쩌나 걱정을 ..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콜롬비아 등산가방이 도착했다. 그래서 등산가방에 등산화와 츄리닝 바지를 챙겨서 출근했다. 퇴근하고 화장실에서 등산화를 신고 츄리닝 바지로 갈아입은 뒤 집으로 향해 걸었다. 걷다가 유리에 비친 모습이 보여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노들길 나들목으로 나와 한강을 걸었다. 선유도를 지날 때즈음 하늘에서 비행기소리가 크게 났다. 사람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길래 시선을 따라가보니 하늘에 태극기가 걸려있었다. 비행기 조종사 아저씨가 하늘에 태극기를 그려준 것이다. 퇴근길에 걷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장관이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다시 걷는데 풍경이 너무 이뻤다. 등산가방을 처음 써봤는데 특별히 좋은 점이 있었다. 배와 가슴 쪽에 고정할 수 있는 끈이 있어 걸..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이다. 삶에서 안정감이란 찾기 힘들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생각하기 어렵다. 다른 친구들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잘 사는 것 같다. 그런데 나만 그러지 못하고 혼자 외톨이처럼 있는 것 같다.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 (지금의 상황은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감정은 사방팔방 요동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나와 맞지 않다. 개발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람이 인프라 운영업무를 하려니 매순간 갈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계약서에 서명을 한 것은 나였다. 순간의 판단이 삶을 좌우한다는 교훈을 배우고 있다. 이것도 다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려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9개월만 참자. 산티아고 순례길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퇴근길에 집까지..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자전적 에세이 쓰기 A to Z 낸시 슬로님 에러니 지음 / 방진이 옮김 / 돌배개 펴냄 P16 당신의 영혼은 배우고, 성장하고, 성찰하기 위해 이 땅에 왔다.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하지 말자. 당신이 당신의 진실을 들려주면, 그들은 페이지를 넘길 것이다. P18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오로지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또 두려워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P25 불확실성에 편안해지면 당신 삶에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 P26 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당신을 꼼짝못하게 만드는 두려움 또는 무한한 가능성, 이 두 가지뿐이다. P33 모든 것이 당신만의 고유한 여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