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 유재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P505 여명의 부드러운 빛이 드리워질 무렵 나는 깨어나 바닷가를 따라 잰걸음으로 마을로 향했다. 내 마음은 나는 듯 가뿐했다. 내 생애 이런 기쁨은 거의 맛본 적이 없었다. 기쁨이라기보다 숭고하면서도 설명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도 없는 열정이었다. 단순히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당화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반항이었다. 나는 모든 돈을 잃었다. 인부들도, 케이블도, 짐수레도 다 잃었다. 화물 수송을 위해 조그만 항만까지 만들었는데 이젠 수송할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잃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자유를 느끼고 있다. 마치 무뚝뚝한 필요의 여신의 딱딱..
그리스인 조르바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 유재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P316 근심들이 뿔뿔이 사라지고, 경박한 걱정들은 멀리 도망쳤으며, 영혼은 정산에 우뚝 섰다. 롤라나 갈탄, 공중 케이블, '영원', 사소하거나 심각한 걱정들, 이 모두가 파르스름한 연기가 되어 날아가고, 오직 하나, 강철로 된 새 한 마리, 인간의 영혼만이 남아 노래하고 있었다. P320 촘촘하게 모인 망령들로 가득한 대기와 윙윙거리는 속세의 소음이 감히 도달하지 못하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들. 위대한 고승이 한밤중에 열여덟 살짜리 제자 열여섯 명을 산꼭대기에 있는 얼어붙은 호수로 데리고 가서 옷을 벗게 하고는, 수정 같은 얼음을 깨고 그 옷들을 적신 뒤 그 옷을 다시 입고 체온으로 말리게 한다. 옷이..
그리스인 조르바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 유재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P275 "오 조르바!"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조르바는 나를 추위에 떨게 만드는 내면의 추상적 개념들에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육체를 주었지. 그가 없으니 나는 다시 추위를 느끼는구나." 나는 종이를 꺼내서 전보문 하나를 썼다. 그리고 광부 한 명을 불러서는 그 전보를 급히 보내라고 명령했다. "당장 돌아오시오!" P298 계절의 리드미컬한 순환, 지구의 자전축, 태양이 하나하나 번갈아 순서대로 비춰주는 대지의 네 얼굴, 떠나가는 생명체들과 그들과 함께 떠나가는 우리들, 이런 것들이 또다시 내 가슴을 혼돈의 소용돌이로 가득 차게 했다. 두루미들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누구에..
그리스인 조르바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 유재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P218 어느 날 아침, 한 소나무에서 지금 막 안쪽의 영혼이 벽을 뚫고 밖으로 나올 준비를 끝낸 나비의 고치를 발견한 적이 있다. 나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만 흘러갔다. 나는 조급해졌다. 그래서 몸을 굽혀 고치 속의 나비를 향해 따듯한 입김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초조하게 계속 입김을 불어 나비를 따듯하게 해주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내 눈앞에서 자연이 정한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비가 고치를 찢고 나오기 시작했다. 껍질이 계속 조금씩 열리더니 나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공포를 절대 잊을 수 없다. 오그라든 나비의 날개가 펴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