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나모리 가즈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4장] 삶에서 잊을 수 없는 따뜻한 기억
1. 삶에서 잊을 수 없는 따뜻한 기억 초결울의 쌀쌀한 날씨였다. 바짝 민 머리에는 대삿갓을 쓰고 감색 무명옷을 입고서 맨발에 짚신 차림으로 다니며 집집마다 문 앞에 서서 독경을 하고 시주를 청했다. 탁발 수행에 익숙지 않는 내게는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짚신 사이로 삐져나온 발가락은 아스팔트에 쓸려 피가 났고, 그 고통을 견디며 한나절이나 걸었더니 몸은 마치 너덜너덜해진 걸레처럼 지쳐버렸다. 그래도 꿋꿋이 선배 수행승과 함께 몇 시간이나 탁발 수행을 계속한 다음, 해 질 녘이 다 되어서야 절로 향했다. 그렇게 지친 몸과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돌아가던 도중 어떤 공원에 이르렀을 때였다. 공원을 청소하고 있던 작업복 차림의 중년 여성이 우리를 보자마자 한 손에 빗자루를 든 채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