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박불안과 대인기피를 겪으면서 좀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자주 삶이 위태롭다고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강을 걷고 뛴다. 달리면서 마음에 쌓인 노페물들을 모두 쏟아내기 위해서다. 그렇게 운동으로 마음을 다스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정말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런 걱정없이 씻고 출근할 준비를 했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동료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오늘 해야할 일들에 집중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는 조심스레 퇴근을 알리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동네에 도착해서는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서 집에 왔다. 저녁을 먹으면서 보고 싶었던 TV 프로그램을 보고 9시가 되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한강으로 향한다. 한강에서 걷고 뛰며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낸다. 집으로 와서 샤워후에 파워에이드에 ..
그리스인 조르바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 유재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P316 근심들이 뿔뿔이 사라지고, 경박한 걱정들은 멀리 도망쳤으며, 영혼은 정산에 우뚝 섰다. 롤라나 갈탄, 공중 케이블, '영원', 사소하거나 심각한 걱정들, 이 모두가 파르스름한 연기가 되어 날아가고, 오직 하나, 강철로 된 새 한 마리, 인간의 영혼만이 남아 노래하고 있었다. P320 촘촘하게 모인 망령들로 가득한 대기와 윙윙거리는 속세의 소음이 감히 도달하지 못하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들. 위대한 고승이 한밤중에 열여덟 살짜리 제자 열여섯 명을 산꼭대기에 있는 얼어붙은 호수로 데리고 가서 옷을 벗게 하고는, 수정 같은 얼음을 깨고 그 옷들을 적신 뒤 그 옷을 다시 입고 체온으로 말리게 한다. 옷이..
평소와 다를바 없던 하루였다. 업무시간은 늘 바쁘고 정신이 없다. 그렇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기분으로 일한다. 퇴근 후 동네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식혜와 삼겹살을 샀다. 마트에서 나오니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늦여름이라 세상은 아직 훤히 밝았다. 덥고 습한 날씨에 한 손에 봉투를 들고 햇빛을 받으며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왠지 모를 행복감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마음을 든든하고 충만하게 채워주는 따뜻한 숨처럼. 어느 영화의 완벽한 배경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이렇게 스스로 되물으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행복하지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