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KTX 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라면을 두 개 끓여먹고 짐을 정리한 후에 씻고 바로 잠들었다.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카페에 와서 현재의 소감을 남겨두려 한다. 가장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준 경험은 해파랑길 36코스의 거친 산행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을 정면돌파했던 경험이고 삶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경험도 했었고 산의 정상에서 산과 하나되는 명상을 했던 경험도 했었다. 이 경험들은 내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고 내 가슴속 안에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변화는 앞으로의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다. 그리고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산에 혼자 오르면서 고군분투했던 생각을 떠올리며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
모텔에서 늦잠을 푹 잤다. 8시에 눈이 떠져서 일어났다가 한 시간 정도 더 잤다. 커피를 끓이고 전날 풀어헤쳐놨던 짐들을 주섬주섬 모아 정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선크림까지 다 바르고 10시에 모텔에서 나왔다. 오늘은 해파랑길 37코스를 걷는다. 안인항에서 출발해서 3km 정도 걸었을까. 내 앞에 등산로가 나왔다. 전 날의 트라우마가 갑자기 올라와서 앞으로 나아가도 될 지 염려스러웠지만 이 산은 가파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스틱을 꺼내 산길에 올랐다. 정글을 헤쳐가는 기분이 이런걸까. 대부분의 루트에서 풀과 나무가 정리되지 않아 길을 침범하고 있었다. 스틱으로 쳐내면서 앞으로 나가는데 전 날에 비하면 이정도면 하늘에 감사했다. 그렇게 산길을 끝내고 목이 너무 말라서 주변 편의점을 검색했다. 찾아보니 ..
나는 원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고 했었다. 아니 가야한다고 생각했엇다. 그래서 회사와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맞추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려 했다. 맨 몸으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들도 하나씩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목표이자 삶의 재미였다. 그런데 해파랑길을 걷고 있는 지금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생각들이 바뀌고 있다. 어떤 생각의 흐름을 거쳐 나의 판단이 바뀌게 되었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1. 왜 걸으려 했는가?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왜 걸으려 했을까. 삶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알고 싶었다. 그런데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깨달았다. 걷는다고 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는 알 수 없다. 다양한..
텐트에서 잠을 자는데 추워서 중간에 몇 번 깼다. 11시에 한 번 깼고 새벽 4시에 또 깼다. 새벽 4시에 잠에서 깼을 땐 침낭을 반드시 가져왔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지나가버린 것을 수건을 꺼내서 위아래로 껴넣고 다시 잤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오전 8시였다. 텐트에서 잔 것 치고는 꽤 푹 잤다. 10분 정도 잠깨려고 멍하니 있다가 일어나서 짐정리를 시작했다. 짐정리하는 동안 커피 물을 끓이려고 스토브를 켜고 주전자를 올렸다. 그리곤 다시 짐정리를 시작했다. 짐정리에는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아무래도 혼자 배낭여행을 오다보니 짐이 적었다. 그렇게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떠났다. 길을 가는 중에 바다가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었다. 아침 바다가 제일 이쁜 것 같다...
새벽 4시 반에 정확히 일어났다. 몇 시에 일어나야겠다고 신경쓰면서 자면 그 시간에 잘 일어나는 것 같다. 부랴부랴 씻고 옷을 입었다. 못해도 집에서 새벽 5시에는 나가야 한다. 마곡나루역에서 공항철도 첫차가 5시 45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벽 5시에 배낭을 메고 집에서 출발했다. 새벽인데 마치 밤같다. 역으로 가는 길에 계속 시계를 보며 걸음 속도를 조절했다. 그 덕분인지 역에는 딱 맞게 도착했다. 안도감이 들자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한 장 찰칵! 사진을 보니 이제야 정말 실감이 난다. 공항철도 첫 차를 탔다. 열차 칸을 옮겨서 짐을 올려둘 수 있는 구석 선반에 배낭을 올려두고 졸린 눈으로 한 동안 서 있었다. 서울역에는 금방 도착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도착해서 문제였다. 무려..
내일이면 해파랑길 출발이다. 원래는 부산 오륙도로 가서 해파랑길 1코스부터 시작하려했으나 같이 일하는 과장님 말을 듣고 코스를 급하게 변경했다. 과장님 본가가 울산인데 그 곳에 공단이 많이 모여있어서 해파랑길 걸을 때 악취가 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위험부담을 안고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어 목적지를 동해역으로 변경했다. 이곳은 해파랑길 33코스로 동해역에서 내려서 동해를 따라 쭉 올라가면 된다. 그렇게 쭉 올라가서 양양 여객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것이 이번 트래킹 경로이다. 이제 짐만 싸면 된다. 그런데 뭐부터 준비해야되지? 갑자기 멘붕이 와서 10분 정도 앉아서 생각했다. 그러다 배낭을 싸기 전에 바닥에 짐들을 하나씩 펼쳐놓으면 한 눈에 짐들이 파악되어 준비가 수월해질 것..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전에 사전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추석 때 해파랑길을 걸을 계획이다. 기간은 09/27 ~ 10/02 로 총 5박 6일이다. 이렇게 떠날 계획을 잡고 나니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캠핑 용품을 하나 둘 사모으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회사에서 퇴근하는 길에 코오롱 스포츠 매장에 들러서 거금을 들여 텐트를 샀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코오롱 스포츠가 매우 강하게 끌렸다.) 그런데 매장에 가보니 텐트가 없었다. 텐트를 놓을 공간이 부족해 따로 구비해놓고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집으로 텐트를 배송받는 방식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또 어떤 날은 회사에서 버스를 타고 퇴근하면서 인터넷으로 캠핑 용품을 폭풍 검색했다. 그렇게 집으로 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