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에 정확히 일어났다.
몇 시에 일어나야겠다고 신경쓰면서 자면 그 시간에 잘 일어나는 것 같다.
부랴부랴 씻고 옷을 입었다.
못해도 집에서 새벽 5시에는 나가야 한다.
마곡나루역에서 공항철도 첫차가 5시 45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벽 5시에 배낭을 메고 집에서 출발했다.
새벽인데 마치 밤같다.
역으로 가는 길에 계속 시계를 보며 걸음 속도를 조절했다.
그 덕분인지 역에는 딱 맞게 도착했다.
안도감이 들자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한 장 찰칵!
사진을 보니 이제야 정말 실감이 난다.
공항철도 첫 차를 탔다.
열차 칸을 옮겨서 짐을 올려둘 수 있는 구석 선반에 배낭을 올려두고 졸린 눈으로 한 동안 서 있었다.
서울역에는 금방 도착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도착해서 문제였다.
무려 50분이나 일찍 와버렸다.
그래서 우선 화장실을 들렀다.
볼 일을 보고 화장실을 나오는 길에 모험가 모습을 하고 있는 내가 보기 좋아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배도 고파와서 열차기다리는 동안 김밥을 하나 먹었다.
김밥을 다 먹고나니 전광판에 열차가 도착했다는 표시가 떴다.
그래서 쓰레기 정리를 하고 열차로가서 자리에 앉았다.
열차가 곧 출발을 했고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2시간 45분동안 계속 잤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동해역에 내렸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해파랑길 33코스를 타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가는 길에 네이버 지도를 보니까 낙산대 체력단련장쪽으로 가면 길이 짧아서 이쪽으로 들어가 봤다.
그런데 이게 왠 걸.
군에서 사용하는 부지로 길이 막혀있었다.
다시 돌아나와서 도로를 따라 걸어갔다.
계속 걸어가다보니 감추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감추해수욕장에 도착해서 일하고 계신 어르신과 이야기해보니 해수욕장으로는 운영하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그렇게 감추해수욕장을 빠져나와서 발길이 이른 곳은 묵호동이었다.
마침 배가 아주 고팠는데 길 건너편에 묵호떡볶이가 보이길래 무언가에 이끌리듯 가게로 걸어 들어갔다.
해물떡볶이가 메인인데 처음에 쭈꾸미떡볶이로 시켰다가 오늘은 안된다고 하셔서 문어떡볶이를 시켰다.
국물이 쫄기 전에 찍은거라 비주얼이 제대로 표현되지는 못했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2인분양을 혼자서 느긋하게 거의 다 먹은 것 같다.
그렇게 배도 채웠으니 다시 걸을 채비를 했다.
걸어갈 경로는 묵호항, 어달해수욕장, 대진해수욕장, 노봉해수욕장을 거쳐 망상해수욕장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묵호항에서 쉬지 않고 계속 걸어서 어달해수욕장에 도착했는데 발이 아파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량의자 가져오길 잘했다.
얼른 조립해서 모래사장위에 설치하고 앉아서 쉬었다.
앉아서 휴식하면서 체력을 충전하고 다시 걸으러 나섰다.
도로를 좀 걷다보니 바다가 나왔다.
바다 옆 길이 이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계속 걷다보니까 해파랑길 표식이 보였다.
혼자 외롭게 걷다가 봐서 그런가 왜이리 반가운지.
이제 망상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망상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오토캠핑장에서 야영을 할 계획이기 때문에 텐트 데크를 대여했다.
텐트 야영장 주말 이용 가격은 22,000원이었다.
결제를 끝내고 텐트를 설치하러 데크쪽으로 갔다.
뼈아픈 경험으로 텐트 설치를 해본적이 있지 않던가.
막히지 않고 거침없이 텐트를 설치했다.
밖에 설치된 텐트를 보니 더 이뻤다.
짐을 안에 두고 잠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토브와 주전자를 챙겨서 야외 탁자에 앉았다.
고생했으니 커피 한 잔 해야지.
집에서 해봤던 것처럼 가스통에 버너를 끼우고 주전자에 물을 올린다음 불을 켰다.
예쓰! 불이 올라온다.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야외에서 스토브로 끓인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오늘 첫 커피라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커피마시면서 카프카 책을 조금 읽었다.
커피를 다 마신 후에는 망상해수욕장을 거닐었다.
망상해수욕장은 예전에 와봤던 곳인데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구경을 했다.
텐트로 돌아와서는 샤워장에 들러 시원하게 씻었다.
시간이 조금흐르자 날이 어두워져서 텐트에 랜턴을 설치했다.
크 밤에 보는 텐트가 이렇게 이쁠줄이야.
이제 오늘을 마무리하고 얼른 자야겠다.
내일 또 걸어야하니 말이다.
오늘 걸으면서 느낀점은 이거였다.
어딘가에서 읽었던 구절인데
삶은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배낭을 메고 길을 걸어보니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내가 느낀 배낭의 무게가 마치 삶의 무게처럼 다가왔다.
그러면서 한 가지 깨달은 부분은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먼 길을 가려면 짐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배낭으로는 하루 15KM 가기도 벅찰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배낭 짐이 가벼워야 먼 길을 갈 수 있듯이, 마음 또한 가벼워야 삶을 감당하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오늘 보다 더 걸어야하니 일찍 자자.
고생했다. 오늘 걷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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